2012년 8월 24일 금요일

여름의 끝을 잡고



더웠던 여름이 가고 있다. 여름은 내가 겨울보다 선호하는 계절인데 그 이유는 내가 더위를 덜 타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이스크림과 공포 영화, 바닷가, 수영장, 바베큐 등 좋아 할 만한 것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7월의 따가운 볕은 이제 갔다. 물론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을이 오고 있다는 뜻이기는 하지만 뭔가 섭섭한 것이 마치 노래방에서 마지막 곡을 다 못 끝내고 그냥 떠밀려 나오는 기분이랄까. 어제 소피아를 오랜만에 만나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보니 공포 영화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우리를 발견했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엔 동생과 공포 영화 마스터하기에 한 참 열을 올렸던 기억도 나고. 뭔가 무서운 것에 끌리는 그런 요즘이다.

무서운 영화에도 종류가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그럴싸 한 영화는 주로 성경, 악마 등 보이지 않는 힘에 관한 것들이다. 클라식 중에서 굳이 꼽으라면 1970년대의 엑소시즘과 오멘 정도를 고르겠다. 이유 없이 찌르고 죽이고 깜짝 놀래켜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종류는 대상에서 제외이다. 예로는 스크림, 난 니가 지난 여름에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다, 링 등 특히 일본 영화를 비롯한 수도 없이 많은 영화들이 있고 걔들이 나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해를 끼쳤다. 아무튼 뉴욕에서도 소리소문 없이 많은 이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올 여름 최강 공포 영화는 바로 Paranormal activity3이다.

그 전 두 편을 보았다면 대충 어떤 레파토리를 펼칠 것인지는 짐작하겠지만 그래도 무섭다 이 영화. 피가 나는 것도 아니고, 누가 죽는 것도 아닌데,  음향과 캠코더로 찍은 듯한 그 영상만으로 보는 이의 숨을 죽인다. 영화 속 저주받은 이 가족에게는 3편에 걸쳐 대대로 악마가 쫓아 다니며 괴롭힌다. 보이지 않는 이 주인공은 가족 중의 한 사람을 꾀어 나쁜 짓을 저지르거나 가족들을 겁주는 일을 주로 하는데 그 방법이 아주 섬세하지만 동시에 아주 직선적이다. 집 안에 누가 들어온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도 켜지 않고 온 집안을 누비다가 살해되는 멍청한 주인공의 죽음을 다룬 다른 영화들과는 조금 다른 차원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강추!



무서원 영화 하니까 생각나는 나의 경험. 실화이다.
나는 부산의 ㄷ중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초가을 즈음이었고 학교 전체는 운동회 준비로 바빴다. 어느 날 나와 같은 학년의 한 소녀가 운동장에서 오래 달리기 연습을 하던 중 체육복을 입은 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나는 직접 보지는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후로 화장실에서 그 아이를 보았다는 둥 온갖 소문이 들을 때 마다 공포에 휩싸였었던 기억이 난다. 그것은 홍콩할매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훨씬 더 무섭고 강력한 것이었다. 소문도 곧 잠잠해 지고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 다음 해 다시 초가을 즈음. 우리반은 곧 다가올 무용 수업 실기 시험을 준비 하는 중이었다. 여섯 명이 같은 조였기 때문에 연습 할 스케줄을 맞추는 것이 여간 힘든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시험 바로 전 날 벼락 연습을 하게 되는 바람에 우리는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있었다. 각 교실마다 아이들이 연습을 하는 바람에 해는 이미 지고 깜깜해 졌지만 그 한 층은 꽤나 시끄러웠다. 아홉시가 넘었을 때 아이들이 하나 둘 돌아가고, 경비 아저씨가 우리를 찾아와서 그만 집으로 가라고 했다. 나와 내 짝은 교실 문을 잠그고 천천히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바로 옆 교실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고는 앞문의 유리창으로 교실 안을 들여다 보았다. 우리가 본 건 어떤 여자 아이의 뒷모습이었다. 그 여학생은 체육복을 입고 교실 뒤 쪽을 바라보며 책상에 걸터 앉아 있었다. 마치 나머지 아이들은 바닥에 앉아 있고 그 아이만 책상 위에 앉아있는 듯한 장면이었다.

-뭐야 얘네는 아직도 연습하는데 우리만 가라고 하네. .

-아저씨 뭐야 진짜

어쨌거나 시간도 늦었고 더 이상 연습을 하고 싶지도 않아서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지나오는데, 교실 문이 잠겼나 확인하고 우리를 뒤따라 오던 경비 아저씨가 옆 교실의 불을 껐다. 그러나 그 교실에선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 거기 애들 있는데

라고 말을 꺼내는 순간 내 짝과 나의 머릿속은 동시에 하얘졌다. 우리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복도를 달리고 네 층의 걔단을 뛰어서 소리를 꽥꽥 지르며 학교에서 나왔지만 그 날 밤은 너무너무 무섭고 길었다. 그 교실은 바로 작년의 달리기 연습을 하던 그 소녀가 죽기 전까지 있었던 곳이었다.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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