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집에 가구를 어떻게 배치 할 것인가를 생각하다 보니 문득 가구들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서 고객에게 추천하는 럭셔리 된장 브랜드는 원래 그러니까 그래 너희들끼리 잘 먹고 잘 살아라 하면 그만이지만 캐주얼 브랜드인 C모, W모 회사까지도 날이 갈수록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가격대를 형성하며 나같은 소비자들의 속을 박박 긁어 놓고 있다. 그나마 가격대가 월등히 저렴한 I모 회사는 괜찮은 품질의 가구가 있긴 하지만 대대로 물려주고 싶은 그런 가구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 집으로 이사를 올 당시에 W모 회사에서 큰 맘 먹고 식탁을 구입했다. 길이가 88인치로 긴 면을 따라서 무려 4명, 날씬하면 5명까지 해서 합이 10명까지 앉을 수 있는 대식구의 식탁이다. 테이블 탑은 재활용 Sal 나무로 만들어졌고 다리는 금속이어서 튼튼하며 보기에는 마치 집안 대대로 내려온 식탁인 듯한 느낌을 준다. 이렇게 큰 식탁을 구입한 이유는 바로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식탁에 앉아서 먹기만 하지 않는다. 술도 마시고, 나랏님 욕도 좀 하고, 게임도 하고, 숙제도 하고, 일도 한다. 몇명의 인물이 더해져서 더더욱 즐거운 한 때를 보낼 때 마다 나는 이 식탁이 제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느낀다. 물론 식탁의 스케일은 현재 공간의 그것보단 조금 큰 편이기는 하지만 평생 쓸 생각을 해서 조금 큰 사이즈로 택했다.
그런 우리의 스타일을 일찌감치 파악한 가구 회사들은 이미 멋쟁이 sal나무 식탁과 어울리는 기다란 벤치를 한 명씩 앉는 의자와 섞어서 셋트로 팔기 시작했다. 리서치 모드에 돌입. 각종 캐주얼 브랜드를 조사한 결과, 벤치의 가격은 우리의 예산을 훨씬 뛰어 넘는 600불선에 육박, 배달비와 부과세까지 합치니 식탁의 가격과 맘먹는 중이었다. 이건 뭐 서서 밥 먹을 수도 없고, 간단하게 생긴 'ㄷ'자 벤치를 돈 주고 사기는 또 싫고.
홈디포에 가 보았다. fancy한 Sal 나무는 아니여도, 그럭저럭 괜찮은 Pine이나 Red Oak을 찾을 수 있었다. 고민 할 것 없이 바로 나무 구입! 작은 샌딩머신과 못, 클립등 필요한 것들을 전부 다 사고 70불 정도를 지불했다. 참, 홈디포는 친절하게 칫수를 말하면 그대로 잘라준다.
주의 할 점은, 절대* 실내에서 샌딩을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틀에 걸쳐서 나무를 곱게 다듬고 청소를 하려고 보니 옷장 안에 있는 옷의 주머니 안까지 톱밥과 톱밥의 가족과 톱밥의 친구들이 앉아서 파티를 하고 있었다. 흠... 조립은 드라이버만 쓸 줄 안다면 아무나 할 수 있을 정도이니 많은 힘을 들이지 않고 완성했다. 그리고 맘에 드는 색깔을 입혀서 말리면. 쨔쟈쟌~
제법 튼튼한 벤치가 완성되었다. 한 동안 보다 보니 벤치가 좀 심심한 것 같아서 글을 새겨 넣으면 좋을 것 같다는 얘기를 했는데 어떤 말로 할지는 결정하지 못했다. 예전에 티셔츠에 UFO를 그렸다가 고되게 후회 한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좀 신중하게 고르기로 했다. 암튼 우리는 여기에 앉아서 먹고 마시고 논다. 식탁은 그렇게 즐거워야 맞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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