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에 힘입어 있는 대로 추락하는 실업률은 언제나 우리 디자이너들의 우울한 현주소. 미국이나 한국이나 박봉에 야근을 밥 먹듯 하는 현실에 부딪히게 되면 아파서 정신이 번쩍 드니 우울하고 아니고를 따질 겨를이 없어지게
된다. 그리고 생각한다. 아. 정말 미친 듯이 공부했는데 이따위 디자인, Who cares? 졸업 한 직후,
나는 운이 좋게 인턴을 하던 회사에서 정식 사원이 되었지만, 같이 졸업한 클라스에서
절반 이상은 일 년 가까이 일을 구하지 못했으며 대다수 친구들이 각자의 집과 동네로 돌아갔다는 소름 끼치던 여름을 기억한다. 그리고 작년, 내가 다니던 뉴욕 시내의 G회사는
130명의 사원을 60명 정도로 감축, 경력이
많은 고 연봉자들부터 길거리로 내몰렸다. 내 자리 근처에 앉았던 할아버지 건축가 한 분이 해고를 당해 책상
정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 등에 송송 솓아나던 그 연민과 안도의 식은땀. 그렇다. 우리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은 경제 흐름에 굉장히 민감하고, 디자인과 건축의 중간에 어중간하게
걸쳐 교묘하고 힘든 직업을 선택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라면… 뭐하는 사람인가요?
인테리어와 디자이너는 어딜 가나 참으로 흔한 단어다. 뉴욕에선 특히나 그렇다.
맨하탄 안에만 다섯 군데가 넘는 메이져 디자인 스쿨이 있고 해마다 엄청난 규모의 학생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며 나의 자리를
노린다. 맨하탄 바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 중 대부분은 디자이너이거나 아티스트였다. 그렇지만 인테리어가 정말로 무엇을 하는 것인지를 알고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과연 몇이나 될까. 실로 1학년 때 우리 반에서 자신이 생각했던 인테리어는 이것이 절대 아니라며 관둔 인물들이
몇 된다. 그리고 가구를 배치하는 일 이외에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무엇을 하나요 라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받게
된다.
인테리어는 건축이 아니다. 건축과 걸쳐있어 헷갈리기 쉽지만
결코 건물의 껍데기를 좌우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라는 것이다. 인테리어는 말 그대로 “in”을 책임지는 분야이다. 건축가가 빌딩의 위치, 모양,
방향, 배수, 배관, 전기 등등을 고민한다면,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당신은 공간 사용자의 행동 양상,
동선, 필요한 공간의 크기, 가구의 수,
마감재료의 선택 등에 대해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고로 건축가와 함께 팀으로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인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헷갈리고 나도 숙제를 하다가 몇 번쯤은 그 선을 넘어갔었다.
학교는 나의 구체적인 꿈에 대해 묻지 않는다. 큰 꿈을 꾸기를 원하고 그 기회를
잡기 원한다. 그래서 건축과 인테리어를 혼돈한 많은 학생이 애매한 커리큘럼 안에서 헤매다가 중도에 하차하게
되는 것이다. 1학년 때 관둔 학생들이 바로 그 진절머리를 깨끗하게 사양한 학생들이라고 보면 되겠다.
영리한 놈들.
반대로 인테리어가 벽지 색깔과 가구나 고르고 배치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더더욱 큰일이다. 물론 색채와 물건의 배열이 시각적 효과를 톡톡히 내는 것도 사실이지만, 빽빽한 가구들 사이에서
나를 편히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것, 그리고 나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효율적인 공간의 구성이 목적이다.
오. 오늘 밤엔 my favorite person A군과 빈속에 맥주를 두 잔 마셨더니-무슨 정신 나간 대학생들의 발악 같은 건 아니고 다이어트를
하느라 열량 조절 중임, 맥주 파인트 두 잔을 마시니 저녁을 못 먹게 되었음- 정신이 몽롱한 것이 기분도 좋고.
그래서 오늘은 그만 써야겠다.
참,
내가 귀가 얇아서 블로그 이름을 그만 하루만에 바꾸고야 말았다. A군의 말에 따르면 "애나킴뉴욕" 보다 "뉴욕 스타일"이 이것이 무엇을 하는 블로그인지 한 번에 알 수 있게 해 준단다. 좀 유치하긴 하지만 난 원래 유치한 스타일.
A양 한글 어디서 배웠어요? 참 잘쓰네요. 나도 거기가서 한글 배우고 싶어요 그러니 어떤학원인지 알려줘요. 그리고 뉴욕스타일 이름 좋네요 호호호호
답글삭제아이구 고마워요. 제가 네이티브라 영어보다는 훨씬 낫죠? 이름 지어주어 고마워요. 호호호호
답글삭제블로그 관리자가 댓글을 삭제했습니다.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