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의 자랑 재활용 살나무 식탁, 즐거운 벤치와 더불어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을 완성 시켜줄 의자 한 쌍이 필요했다. 원래 가지고 있던 의자가 있긴 하지만 딱히 맘에 들지 않아서 고민 중이었다. 맘에 드는 의자로 골라서 산 것이 아니라 얻어 왔기 때문이기도 하고 가구를 산다는 것은 매우 골치가 아픈 일임이 틀림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앉아서 밥 먹으면 됐지 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고는 했지만, 뭔가 생뚱맞은 의자의 색깔을 볼 때마다 정말 이건 아니잖아 하는 생각에 답답했었다. 이 두 의자는 학교 교실에 갖다 놓으면 그냥 무난하게 묻어가는 스타일로 교실에서 나온 뒤 누구에게라도 물어보면 의자가 있었어 거기? 하며 정색을 할 만큼 특징이 없는 그저 그런 의자이다.
굉장히 무난한 의자 |
나는 미지근한 것이 싫다. 무난한 건 나쁘다. 특징 없이 아무데나 묻어 가는 스타일은 결국 마지막에 소유의 가치를 잃어버리게 된다. 의자를 어떻게 할까 생각 할 때 들어있는 옵션들 중 하나가 "버리자" 라는 것인데 그건 이 의자가 여기에 있어도 그만 아니어도 그만이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난 어쩔 수 없이 의자를 새롭게 단장시켜 주기로 한다. 잘나가는 나의 식탁과 BFF (베스트 프랜드 포에버)가 되어 보는거야!
사람이든 가구이든 옷을 어울리게 잘 입으면 어느 정도는 체형적 결점을 보완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현재 나의 두 의자는 70년대 만화방에서 정신없이 놀다가 해질녘 쾌쾌한 냄새가 절은 옷을 입고 집으로 돌아온 쌍둥이 같다. 용납할 수 없는 이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가 할일은 이 둘을 목욕탕에 데려가 때를 박박 미는 것이다. 영화 My fair lady, Pretty woman을 보면 일단 씻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샌딩은 절대로 실내에서 하지 말자 라고 결심했지만 지금은 어쩔 수가 없다. 작은 뒷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갈 때 까지는 일단 집 안에서 해야 한다. 그래서 택한 최적의 장소는 바로 화장실! 공간이 작아서 청소가 비교적 용이하다. 샌딩머신 준비. 의자의 전신을 꼼꼼하게 한 꺼풀 벗겨낸다 생각하면 된다. 샌드 페이퍼는 80-200정도면 제법 곱게 다듬을 수 있다.
시작 할 때 등받이 부분만 살짝만 벗겨 내었는데도 벌써 느낌이 확 틀려졌다. 샌딩이 끝나면 페이퍼 타월에 물을 적셔서 의자 전체를 닦아 내면 된다. 게다가 화장실에서 샌딩을 하니 톱밥파티의 규모는 기하학적으로 감소했다. 원래 엉덩이 받이는 샌딩 전에 분리를 했어야 옳은 순서가 되겠지만 워낙 의자의 상태가 말이 아니어서 마음이 급한 나머지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날씨가 좋다면 바깥으로 의자를 가지고 나가자. 때를 밀었으면 쇼핑을 가는게 순서니까. 그야말로 어정쩡한 회색의 프레임 대신에 아주 깔끔한 검은색 프레임을 만들 작정이었다. 스프레이 한 병이 있으면 두 의자의 프레임을 딱 맞게 칠할 수 있다. 주의 할 점은 절대 스프레이로 떡칠을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30센치 이상 떨어져서 가볍게 한 겹 칠하고, 좀 있다가 또 한 겹 칠하고. 참을성이 자연스럽게 길러진다. 이 방법은 자전거 프레임과 오토바이 헬멧을 리폼 할 때에도 쓰인다.
프레임 전체가 검은색으로 바뀐 순간 나의 표정은 탈의실에서 꼭 맞게 어울리는 옷을 입고 나온 쥴리아 로버츠를 바라보는 리챠드 기어와 같았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하늘색 아크릴 물감으로 의자 등받이 위에 이름을 적었더니 뉴욕의 봄처녀처럼 아주 산뜻하다. 나무 부분은 나중에 어떤 색깔로 또 바꿀지 몰라서 일단은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 나두었다. 변신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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