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3일 일요일

M for Motorcycle

일과가 끝나면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와서 어제와 똑같은 메뉴로 밥을 먹고, 어쩌다가 운동 좀 할 마음이 생기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피곤해서 책 한 권 끝낼 수 없는 일주일을 그냥 그렇게 보낸다. 금요일 밤엔 주로 네트워킹을 위한 파티나 지인들과의 만남으로 힘든 나의 몸에 필요하지 않은 알코올을 부어주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재생하는데 토요일 하루를 꼬박 다 보내야 한다. 나이와 재생시간이 절대로 비례한다는 거. 맞는 말이다. 다행이 행사가 없는 토요일이라면 느지막히라도 나는 왜 아름다운 토요일을 낭비하는가 라며 꼼지락거리기 마련이지만. 일주일 동안 밀린 청소, 빨래 등등의 집안일을 챙기고 나면 어느덧 해는 지고, 일요일. 가까운 친구와 만나서 똑같은 이야기를 한없이 되풀이 하고 우리 뭐 좀 하자는 말만 하고. 그리고 또 다시 월요일.

이렇게 평범하고 편안한 인생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지나면 지겨워 진다. 매일 매일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듯한 스팩태클한 인생은 아니더라도  일 말고 내가 열심히 할 수 있는 취미 없을까. 뭐라도 좀 해보고 싶은데 대체! 무엇을. 해야. 엄청나게. 신나는. 주말을. 보냈다고. 소문이. 날까. 소문이 문제가 아니라, 내 인생 이대로는 도저히 안되겠다, 예수에게 부인이 있었다는 파피루스까지 발견 된 마당에, What the hell I am doing now?!
라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분이 계시다면 추천한다. 오토바이. 두둥.


 A군이 일년 전 오토바이를 구입, 그 매력에 흠뻑 빠져서 요즘도 나를 뒤에 태워 주고는 하는 바람에 자전거를 좋아하는 나에게 이 커다란 장난감은 아주 자연스럽게 내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바람을 가르며 달려갈 때에 피부로 느껴지는  가벼움, 차 속에서는 미처 몰랐던 길과 나무의 냄새. 가장 중요한 것만 챙겨야 탈 수 있는 단순한 철학. 그리고 기름값의 절약. 모든면에서 자전거와 비슷하지만 모터가 달려 있어서 패달을 더 이상 굴리지 않아도 된다는 이 amazing한 이륜차. 오토바이. 두두둥.

미국은 차의 나라. 땅이 넓어 차가 없이는 손가락 하나 까딱 할 수 없는 그런 곳이니(뉴욕 빼고) 이곳 고속도로에선 오토바이가 허용이 된다. 그래서 뉴저지엔 오토바이 코스르 수강 할 수 있는 곳이 많다. 내가 역시나 부동산 투자자의 마음으로 선별한 이 학원은 가혹한 훈련으로 라이더의  안전을 200% 증강시켜 준다는 The Riding Academy NJ(http://www.theridingacademyofnj.com/), Paterson New Jersey에 위치해 있어서 우리집에선 차로 30분 거리. 이 곳은 The Brief Wondrous Life of Oscar Wao(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에 나오는 바로 그 동네이다. 히스패닉계 주민들이 집 앞 베란다에 나와서 런닝바람으로 담배를 태우는 사이 주인 없는 개들이 어슬렁 거리고, 낙엽 태우는 냄새가 나는 어떤 공장들 사이에 자리잡은 이 학원은 이층 짜리 공장을 개조해서 만든 건물, 이른바 Big Boys Toy Box에서 수강생들을 교육한다.


토이 박스 건물엔 온갖 빈티지 자동차와 오토바이, 심지어 1955년 코카콜라 자판기까지 갖추고 이들을 고쳐서 판매하는 헐크호건 비슷하게 생긴 주인 할아버지가 계신다. 나와 같은 반 학생들은 헐크호건과 함께 할리 데이비슨(오토바이의 종류) 앞에 서서 "이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놈이라우. 고속도로에서 서른 다섯시간 쯤은 거뜬하지 않겠어. 난 그저 물과 햇볕의 힘으로 이 나라를 가로 질렀지. 음허허허허" 라는 대화를 나누어도 자연스럽게 느껴질 만한 WWE 동창생들이다. 어떤 여자 한 분도 포함해서. 그런데 왠  동양여자가 오토바이를 배우겠다고 오니 신기했는지 클라스 대표로 오토바이에 앉아보라고도 하고, 이것 저것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코스는 주말 이틀에 걸쳐 아침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혹독하게 진행된다. 오전엔 오토바이에 관한 각종 안전, 교통정보를 배우고 오후엔 근처 커다란 주차장에 만들어진 주행 코스에 가서 훈련을 받는다. 둘째 날 교육 끝엔 필기 시험과 주행시험을 보는데 피곤해서 졸았다거나 시동을 꺼뜨리거나 했다면 합격 할 수 없을 만큼 간단하지 않은 코스이다. "I couldn't stand sitting on the couch and doing nothing", 라며 오토바이에 대한 무한 열정을 나타낸 우리반은 주말 전체를 포기한 사람들이모인 만큼 필기, 실기 시험 모두 열심히다. 열 두대의 오토바이는 주차장에서 열심히 S와 동그라미 그리는 연습하며 멋진 주말을 보낸다.


헐커호건의 친구들은 보기와는 다르게 굉장히 여린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행여나 내가 시험에서 실수 할까봐 마음을 졸이며 응원을 해 주었고 성공적으로 끝내자 모두 예쁜 치어리더들 같이 펄쩍펄쩍 뛰며 하이파이브로 축하 해 주었다.




A군은 진심으로 기뻐하며 자신의 오토바이를 기꺼이 타게 해 주었고 나는 멋질대로 멋진 주말을 보냈다. 오토바이, 구입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면허증을 따는 과정은 손에 꼽을 만큼 신선한 경험이었고, 면허증에 오토바이를 굴릴 수 있다는 글자 M 이 새겨지는 순간의 기분은 정말이지 꿀맛이다. 물론 세시간 기다려서 재발급 된 면허증의 새 사진 역시 말할 것도 없이 웃기지만. 

다른 저력인사의 오토바이 사랑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Icecreamarsenal.com
Song of the Sausage Creature 포스트를 추천한다.




2012년 9월 19일 수요일

떠나기 전에 면허증을.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우-우-우- 우우우우우-
몇년 전의 한 광고가 떠오른다. 사실 뉴욕 시내에서는 굳이 면허증이 필요없다. 지난 포스트 "자전거, 차가운 도시인의 필수 아이템"을 보면 자전거만으로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 바로 뉴욕이다. 그렇지만, 면허증이 있는데 운전을 안하는 것과 면허증이 없기 때문에 운전을 못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나도 좀 떠났으면 좋겠는데 면허증이 없다면? 친구랑 같이 가지 않고 혼자 가고 싶다면? 둘이 떠났는데 옆사람이 취했다면? 놀러 나갈 때 마다 작은 면허증 대신에 크나큰 여권을 주머니에 쑤셔 넣고 다녀야 한다면?

미국에서 면허증은 운전을 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신분증의 개념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올 가을이 절호의 기회였다. 물론 필기 시험은 이미 봐 놓은 상태여서 면허증 있는 사람이 동승할 경우 내가 운전을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혼자서 운전을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마다 아주 곤란했다. 어느 일반면허증을 가진 위인이 임시면허인과 어울리고 싶겠는가. 일반면허를 따기 위해선 주행 시험을 보아야 하는데 역시나 일반면허가 있는 사람과 동승한 채 자신의 차를 가지고 시험장으로 가야하므로 일반면허증과 멀쩡한 차를 소유한 분을 섭외하여 시험 날짜를 잡는것이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첫번 째 시험은 미국내 범죄율 상위권을 자랑하는 Newark이라는 곳에서였다. 아닌게 아니라 세상에 대한 불만과 증오가 가득한 듯한 인상의 시험관들은 그런 동네에서 일하는 것이 역겹다는 듯한 태도로 나를 불쾌히 맞아 주었고, 나는 마치 여덟시간 전에 방구석에 싸 놓은, 기억도 나지 않는 똥에 대해서 이틀 뒤에 엄청 혼나는 강아지가 된 듯한 기분으로 시험에 임하게 되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이 시험관은 나를 불공평하게 시험에서 떨어뜨렸다. 한 성격하는 일반면허인인 내 친구조차 불공평하지만 이 사람들에게 항의 해 봤자 남는게 없을 거라며 나를 위로했다.  시험관은 나와 시험장에 함께 가 준 너그러울 대로 너그러운 일반면허인 내 친구에게까지 무개념의 극치를 보여주며 나를 긴장시켰고, 나에게는 분명하지 않은 가이드를 하여 코스를 이탈 하도록 했다. 더럽고 치사한 이 세상. 언제부터 자동차 타고 다녔다고 그런 가짜 권력으로 나의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다니.

두번 째 시험은 특별히 가격이 오를 부동산을 고르는 투자자의 마음으로 선별한 Lodi라는 곳에서 보았다. 인구, 인종, 수입, 범죄율등을 고려 했을 때 차별을 당하지 않고 시험을 볼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얏바리! 친절한 시험관, 드넓고 쾌적한 시험장, 짧은 대기자 명단, 바삭바삭한 가을의 날씨까지 완벽한 환경속에서 나는 아주 손쉽게 시험을 통과했고 그 자리에서 면허증을 발급 받았다. 이 날 흔쾌히 함께 가 주신 일반면허인은 바로 닥터 손. 경쾌한 성격의 닥터 손은 침착하고 곱게 시험을 마무리 해 준 젊은 시험관에게 손을 흔들어 답례했다. 우리는 휘파람을 불며 동네방네 자랑을 했다. 면허증 땄다고.



한국이나 미국이나 면허증 사진은 정말 못 봐 주겠다.
기념으로 다음주 중에 보스톤으로 하루 드라이브를 갔다 올까 생각 중이다. Oh YEAH.





2012년 9월 13일 목요일

and a New desk

PC방에서 카트라이더 혹은 디아블로 비슷한 게임을 해 보았다면 컴퓨터가 놓일 책상과 책상의 위치, 각 팀원의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데는 얼마 걸리지 않는다. 최근 A군과 시작한 디아블로를 나란히 앉아서 열심히 하기 위해서도 그렇고 디자인 의뢰를 문제 없이 소화하기 위한 데스크탑을 셋업 할 Work station이 필요했다. 한 번 만들어 볼까나. 그렇지만 지난번 벤치, 의자 샌딩의 악몽이 잊.잊.잊혀지지 않은 관계로 결정하는데 시간이 더 걸렸다. 여기 저기 알아보기는 했지만 사고 싶은 책상은 늘 비싸고, 구매 가능한 책상은 꼭 어디 한 군데가 맘에 안들기 마련이다.




역시나 이웃에 위치한 홈디포에 들러서 나무 구경을 잠시 한 뒤, 포플러 나무를 골랐다. 홈디포에 있는 가장 fancy한 나무가 포플러와 red oak이고 그 둘을 제외하면 단 한 종류 파인 뿐이다. 파인은 가격이 싸고 작업 하기가 용이한 대신에 나무가 물러서 웬만큼 두껍지 않은 이상 금방 휜다. 게다가 두꺼운 나무는 건축용이라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로 팔기 때문에 샌딩하는데 또 100년 정도를 까먹어야 한다는 두려움 아니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가격이 좀 비싸지만 오랫동안 이 책상을 사용하겠다는 생각에 좀 더 단단하고 깔끔하게 샌딩이 되어 있는 포플러 낙찰.


 


집에 있는 가구들이 붉은 계열이 많아서 같은 분위기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기다란 베이스 위에 짧은 나무 토막들을 나열하고 세 가지의 스테인으로 패턴을 만들어 줄 작정!







꼼꼼하게 떡칠하지 않고 여러겹, 색을 섞기도 하면서 바르다 보면 나무가 점점 어두워지고 그 무게를 더하게 되는것이 꼭 사람같다. 칠이 마르면 두 다리와 몸을 잘 붙여주면 된다.













한 식구가 늘었다. 

2012년 9월 12일 수요일

새 집, 새 계절

Long time no see!
드디어 이사가 끝났다. 짐 정리, 쓰레기 분리 수거, 필요한 물건 사기 등등을 마치는 동안 몇 번의 비가 내리고 가을이 되었다. 얼마 가지 않을 짧은 이 가을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온도, 습도 모든게 완벽하다 못해 슬프기까지 하다. 새 집에서 새로운 생활을 하는 것은 굉장한 기분의 전환이 된다.




가장 먼저 우리집의 자랑 창문! 남쪽으로 난 커다란 아치형의 창이 집 전체에 빛을 들여오고 이 집의 운치를 책임지는 반장이라고 할 수 있다. 앞에 앉아 있으면 등을 따끈따끈하게 데워 준다.


우리집의 명물 식탁! 창가 바로 앞에 자리를 잡아서 그런지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다. 지난 번 집에서 현관 앞 열쇠 등을 넣는 용도로 쓰이던 콘솔이 와인 글라스나 주류, 카드 등의 보관용으로 둔갑, 식탁과 함께 쥐드래곤과 탑에 버금가는 환상의 콤비로 등극했다. 


공짜로 얻어온 바람에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책장. 지난 번 집에서는 그럭저럭 잘 사용했지만 개인적으로 쓸데 없는 물건들 진열하는 게 싫어서 제거 1순위에 올랐다. 책장 안의 모든 잡동사니들이 갈 곳을 찾게 되면 넌 이제 안녕!



소파가 드디어, 빛을 보기 시작했다. 집에 비해 덩치가 컸던 소파가 이 집에 오니 맞춰 입은 양복처럼 아주 아주 잘 어울린다. Good job, couch!


지난 번 플랜에서 보았듯이 침실은 들어오자 마자 바로 오른쪽으로 있다. 벽으로 나누어 져 있지 않아서 이불을 깨끗하게 정리해야 하는게 관건!


입구에서 보이는 복도를 거쳐 보이는 거실. 복도의 왼쪽으로는 화장실, 오른쪽으로는 부엌이 자리잡고 있다.


부엌 바로 옆의 빈 공간엔 나의 애물단지인 파랑색 의자가 우아하게 자리 잡았다. 그 동안 즐길 수 없었던 의자의 직각이 확연하게 살아났다. 


창문으로 내다 보면 보이는 길 건너의 레스토랑, Hamilton Inn. 가깝다 보니 주변의 친구들과 자주 찾게 된다. 생굴과 기네스는 우리의 단골 메뉴. 미식축구 경기가 있는 날은 바에서 드래프트를 골라 마시는 재미가 있다.




참, 옥상이 있었지. 옥상은 우리의 가을을 살 찌워 줄 키 포인트임이 분명하다. 건물에 사는사람들이 함께 사용하는 이 귀여운 옥상은 맨하탄, 자유의 여신상, Freedom tower에 이르는 뷰를 자랑하며 또한 고기를 구워 먹으며 햇볕을 즐길 수 있다. 이미 두 팀이나 와서 한바탕 구워 먹고 놀았다.



이것은 퍼온 사진으로 건물의 외관을 보여 준다. 창문의 모양을 보면 우리집이 4층이라는 것을 쉽게 짐작 할 수 있겠다. 



그 외에도 해밀튼 공원이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어 산책하며 거닐기에 딱이다.
올 가을은 어떤 신나는 일들이 펼쳐질지 심히 기대가 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