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24일 금요일

여름의 끝을 잡고



더웠던 여름이 가고 있다. 여름은 내가 겨울보다 선호하는 계절인데 그 이유는 내가 더위를 덜 타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이스크림과 공포 영화, 바닷가, 수영장, 바베큐 등 좋아 할 만한 것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7월의 따가운 볕은 이제 갔다. 물론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을이 오고 있다는 뜻이기는 하지만 뭔가 섭섭한 것이 마치 노래방에서 마지막 곡을 다 못 끝내고 그냥 떠밀려 나오는 기분이랄까. 어제 소피아를 오랜만에 만나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보니 공포 영화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우리를 발견했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엔 동생과 공포 영화 마스터하기에 한 참 열을 올렸던 기억도 나고. 뭔가 무서운 것에 끌리는 그런 요즘이다.

무서운 영화에도 종류가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그럴싸 한 영화는 주로 성경, 악마 등 보이지 않는 힘에 관한 것들이다. 클라식 중에서 굳이 꼽으라면 1970년대의 엑소시즘과 오멘 정도를 고르겠다. 이유 없이 찌르고 죽이고 깜짝 놀래켜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종류는 대상에서 제외이다. 예로는 스크림, 난 니가 지난 여름에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다, 링 등 특히 일본 영화를 비롯한 수도 없이 많은 영화들이 있고 걔들이 나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해를 끼쳤다. 아무튼 뉴욕에서도 소리소문 없이 많은 이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올 여름 최강 공포 영화는 바로 Paranormal activity3이다.

그 전 두 편을 보았다면 대충 어떤 레파토리를 펼칠 것인지는 짐작하겠지만 그래도 무섭다 이 영화. 피가 나는 것도 아니고, 누가 죽는 것도 아닌데,  음향과 캠코더로 찍은 듯한 그 영상만으로 보는 이의 숨을 죽인다. 영화 속 저주받은 이 가족에게는 3편에 걸쳐 대대로 악마가 쫓아 다니며 괴롭힌다. 보이지 않는 이 주인공은 가족 중의 한 사람을 꾀어 나쁜 짓을 저지르거나 가족들을 겁주는 일을 주로 하는데 그 방법이 아주 섬세하지만 동시에 아주 직선적이다. 집 안에 누가 들어온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도 켜지 않고 온 집안을 누비다가 살해되는 멍청한 주인공의 죽음을 다룬 다른 영화들과는 조금 다른 차원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강추!



무서원 영화 하니까 생각나는 나의 경험. 실화이다.
나는 부산의 ㄷ중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초가을 즈음이었고 학교 전체는 운동회 준비로 바빴다. 어느 날 나와 같은 학년의 한 소녀가 운동장에서 오래 달리기 연습을 하던 중 체육복을 입은 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나는 직접 보지는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후로 화장실에서 그 아이를 보았다는 둥 온갖 소문이 들을 때 마다 공포에 휩싸였었던 기억이 난다. 그것은 홍콩할매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훨씬 더 무섭고 강력한 것이었다. 소문도 곧 잠잠해 지고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 다음 해 다시 초가을 즈음. 우리반은 곧 다가올 무용 수업 실기 시험을 준비 하는 중이었다. 여섯 명이 같은 조였기 때문에 연습 할 스케줄을 맞추는 것이 여간 힘든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시험 바로 전 날 벼락 연습을 하게 되는 바람에 우리는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있었다. 각 교실마다 아이들이 연습을 하는 바람에 해는 이미 지고 깜깜해 졌지만 그 한 층은 꽤나 시끄러웠다. 아홉시가 넘었을 때 아이들이 하나 둘 돌아가고, 경비 아저씨가 우리를 찾아와서 그만 집으로 가라고 했다. 나와 내 짝은 교실 문을 잠그고 천천히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바로 옆 교실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고는 앞문의 유리창으로 교실 안을 들여다 보았다. 우리가 본 건 어떤 여자 아이의 뒷모습이었다. 그 여학생은 체육복을 입고 교실 뒤 쪽을 바라보며 책상에 걸터 앉아 있었다. 마치 나머지 아이들은 바닥에 앉아 있고 그 아이만 책상 위에 앉아있는 듯한 장면이었다.

-뭐야 얘네는 아직도 연습하는데 우리만 가라고 하네. .

-아저씨 뭐야 진짜

어쨌거나 시간도 늦었고 더 이상 연습을 하고 싶지도 않아서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지나오는데, 교실 문이 잠겼나 확인하고 우리를 뒤따라 오던 경비 아저씨가 옆 교실의 불을 껐다. 그러나 그 교실에선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 거기 애들 있는데

라고 말을 꺼내는 순간 내 짝과 나의 머릿속은 동시에 하얘졌다. 우리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복도를 달리고 네 층의 걔단을 뛰어서 소리를 꽥꽥 지르며 학교에서 나왔지만 그 날 밤은 너무너무 무섭고 길었다. 그 교실은 바로 작년의 달리기 연습을 하던 그 소녀가 죽기 전까지 있었던 곳이었다.

2012년 8월 22일 수요일

무난하게 묻어가는 것과 잘 어울리는 것의 차이

우리집의 자랑 재활용 살나무 식탁, 즐거운 벤치와 더불어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을 완성 시켜줄 의자 한 쌍이 필요했다. 원래 가지고 있던 의자가 있긴 하지만 딱히 맘에 들지 않아서 고민 중이었다. 맘에 드는 의자로 골라서 산 것이 아니라 얻어 왔기 때문이기도 하고 가구를 산다는 것은 매우 골치가 아픈 일임이 틀림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앉아서 밥 먹으면 됐지 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고는 했지만, 뭔가 생뚱맞은 의자의 색깔을 볼 때마다 정말 이건 아니잖아 하는 생각에 답답했었다. 이 두 의자는 학교 교실에 갖다 놓으면 그냥 무난하게 묻어가는 스타일로 교실에서 나온 뒤 누구에게라도 물어보면 의자가 있었어 거기? 하며 정색을 할 만큼 특징이 없는 그저 그런 의자이다.

굉장히 무난한 의자
나는 미지근한 것이 싫다. 무난한 건 나쁘다. 특징 없이 아무데나 묻어 가는 스타일은 결국 마지막에 소유의 가치를 잃어버리게 된다. 의자를 어떻게 할까 생각 할 때 들어있는 옵션들 중 하나가 "버리자" 라는 것인데 그건 이 의자가 여기에 있어도 그만 아니어도 그만이라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난 어쩔 수 없이 의자를 새롭게 단장시켜 주기로 한다. 잘나가는 나의 식탁과 BFF (베스트 프랜드 포에버)가 되어 보는거야! 

사람이든 가구이든 옷을 어울리게 잘 입으면 어느 정도는 체형적 결점을 보완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현재 나의 두 의자는 70년대 만화방에서 정신없이 놀다가 해질녘 쾌쾌한 냄새가 절은 옷을 입고 집으로 돌아온 쌍둥이 같다. 용납할 수 없는 이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가 할일은 이 둘을 목욕탕에 데려가 때를 박박 미는 것이다. 영화 My fair lady, Pretty woman을 보면 일단 씻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샌딩은 절대로 실내에서 하지 말자 라고 결심했지만 지금은 어쩔 수가 없다. 작은 뒷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갈 때 까지는 일단 집 안에서 해야 한다. 그래서 택한 최적의 장소는 바로 화장실! 공간이 작아서 청소가 비교적 용이하다. 샌딩머신 준비. 의자의 전신을 꼼꼼하게 한 꺼풀 벗겨낸다 생각하면 된다. 샌드 페이퍼는 80-200정도면 제법 곱게 다듬을 수 있다.








시작 할 때 등받이 부분만 살짝만 벗겨 내었는데도 벌써 느낌이 확 틀려졌다. 샌딩이 끝나면 페이퍼 타월에 물을 적셔서 의자 전체를 닦아 내면 된다. 게다가 화장실에서 샌딩을 하니 톱밥파티의 규모는 기하학적으로 감소했다. 원래 엉덩이 받이는 샌딩 전에 분리를 했어야 옳은 순서가 되겠지만 워낙 의자의 상태가 말이 아니어서 마음이 급한 나머지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날씨가 좋다면 바깥으로 의자를 가지고 나가자. 때를 밀었으면 쇼핑을 가는게 순서니까. 그야말로 어정쩡한 회색의 프레임 대신에 아주 깔끔한 검은색 프레임을 만들 작정이었다. 스프레이 한 병이 있으면 두 의자의 프레임을 딱 맞게 칠할 수 있다. 주의 할 점은 절대 스프레이로 떡칠을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30센치 이상 떨어져서 가볍게 한 겹 칠하고, 좀 있다가 또 한 겹 칠하고.  참을성이 자연스럽게 길러진다. 이 방법은 자전거 프레임과 오토바이 헬멧을 리폼 할 때에도 쓰인다.





프레임 전체가 검은색으로 바뀐 순간 나의 표정은 탈의실에서 꼭 맞게 어울리는 옷을 입고 나온 쥴리아 로버츠를 바라보는 리챠드 기어와 같았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하늘색 아크릴 물감으로 의자 등받이 위에 이름을 적었더니 뉴욕의 봄처녀처럼 아주 산뜻하다. 나무 부분은 나중에 어떤 색깔로 또 바꿀지 몰라서 일단은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 나두었다. 변신 성공! 

2012년 8월 20일 월요일

나비의 결혼식

얼마전 기매나씨의 디자인 회사 12번가 디자인에 의뢰가 들어왔다. 야호. 다름 아닌 결혼식 초대장과 결혼식 날짜를 알리는 save the date 카드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최근에 아기 혹은 결혼식 소식이 이곳 저곳에서 많이 들리고 있길래 누구 한명 의뢰를 하지 않을까 하고 내심 기대를 하고 있던 중이어서 더욱 기뻤다.

카드는 특별하다. 특별하게 누군가를 위해 만들어진 카드는 더더욱 특별하다. 중학교 때 제일 친한 친구였던 ㅎ양에게 줄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든 기억이 난다. 천사의 날개를 반짝거리게 만들기 위해서 온갖 반짝이 스티커를 깨알같이 오리던 그 시간들. 그 뒤로는 카드를 대신 해 다이어리 꾸미기가 한 바탕 고등학교 시절을 휩쓸고 지나갔다. 태지오빠의 사진과 친구를 향한 나의 유치찬란한 당부(?)의 글이 새겨진 다이어리 속지를 완성하던 순간은 친구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나의 쾌락을 위한 활동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카드들은 내 기억 속에도 아주 오랫동안 남는다.

결혼을 하려는 이 두 남녀에게 무엇을 좋아하냐 물어보니, 한 분은 헬로 키티라고 했고 한 분은 스타 워즈라고 했다. 정말 찰떡 궁합이 아닐 수가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결혼식의 테마가 무엇인지 물어보았더니 '나비'라고 했다. 나비. 나비. 나비.. 흠...
이렇듯 디자이너에게는 온갖 시련이 다가온다. 나와 취향이 맞지 않지만 고객의 취향을 최대한 아름답게 꾸며주어야 하는 사명감이 있는 것이다.

나비를 특별하게 만들어 보자.
Save the Date 카드가 사람들에게 우리 결혼하겠다 하면서 알리는 카드라면 초대장은 실제로 올 사람들에게 공식적으로 초대를 하는 카드이다.  그래서 Save the Date 카드엔 나비가 되기 전 번데기가, 결혼식 초대장에는 나비가 들어가는 것이 논리적으로도 맞아 떨어지고, 여기저기 남발하는 것 보다 훨씬 나비를 돋보이게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냉면만 많이 먹는 것 보다 갈비로 배를 채우고 마지막을 냉면으로 장식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아름다운 번데기를 한 마리 찾아냈다. 오스트레일리아에 서식하는 나비의 번데기로 그 외관이 마치 예쁜 소라 껍질처럼 반질반질 하며 보라빛을 낸다. 보라색을 또한 테마색으로 고른 고객의 취향과도 맞아 떨어지고, 아름다운 나비가 탄생할 것 같은 기대를 하게 해 준다는 이유로 선택했다. 번데기 안에는 두 사람이 함께 잠을 자며 한 마리의 나비로 태어날 날을 기다리고 있고, 결혼식 날짜와 시간은 스타워즈와 공상과학을 좋아하시는 고객님을 위해 특별히 메트릭스 스타일로 적었다.


고객님께서 흡족 해 하시는 결과물이 나왔다. 그리고
Yes라는 대답을 들을 때의 기분은 정말 나이롱 뻥이다.






2012년 8월 16일 목요일

'즐거운 벤치' 만들기

새 집에 가구를 어떻게 배치 할 것인가를 생각하다 보니 문득 가구들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서 고객에게 추천하는 럭셔리 된장 브랜드는 원래 그러니까 그래 너희들끼리 잘 먹고 잘 살아라 하면 그만이지만 캐주얼 브랜드인 C모, W모 회사까지도 날이 갈수록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가격대를 형성하며 나같은 소비자들의 속을 박박 긁어 놓고 있다. 그나마 가격대가 월등히 저렴한 I모 회사는 괜찮은 품질의 가구가 있긴 하지만 대대로 물려주고 싶은 그런 가구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 집으로 이사를 올 당시에 W모 회사에서 큰 맘 먹고 식탁을 구입했다. 길이가 88인치로 긴 면을 따라서 무려 4명, 날씬하면 5명까지 해서 합이 10명까지 앉을 수 있는 대식구의 식탁이다. 테이블 탑은 재활용 Sal 나무로 만들어졌고 다리는 금속이어서 튼튼하며 보기에는 마치 집안 대대로 내려온 식탁인 듯한 느낌을 준다. 이렇게 큰 식탁을 구입한 이유는 바로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식탁에 앉아서 먹기만 하지 않는다. 술도 마시고, 나랏님 욕도 좀 하고, 게임도 하고, 숙제도 하고, 일도 한다. 몇명의 인물이 더해져서 더더욱 즐거운 한 때를 보낼 때 마다 나는 이 식탁이 제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느낀다. 물론 식탁의 스케일은 현재 공간의 그것보단 조금 큰 편이기는 하지만 평생 쓸 생각을 해서 조금 큰 사이즈로 택했다.

그런 우리의 스타일을 일찌감치 파악한 가구 회사들은 이미 멋쟁이 sal나무 식탁과 어울리는 기다란 벤치를 한 명씩 앉는 의자와 섞어서 셋트로 팔기 시작했다. 리서치 모드에 돌입. 각종 캐주얼 브랜드를 조사한 결과, 벤치의 가격은 우리의 예산을 훨씬 뛰어 넘는 600불선에 육박, 배달비와 부과세까지 합치니 식탁의 가격과 맘먹는 중이었다. 이건 뭐 서서 밥 먹을 수도 없고, 간단하게 생긴 'ㄷ'자 벤치를 돈 주고 사기는 또 싫고.

홈디포에 가 보았다. fancy한 Sal 나무는 아니여도, 그럭저럭 괜찮은 Pine이나  Red Oak을 찾을 수 있었다. 고민 할 것 없이 바로 나무 구입! 작은 샌딩머신과 못, 클립등 필요한 것들을 전부 다 사고 70불 정도를 지불했다. 참, 홈디포는 친절하게 칫수를 말하면 그대로 잘라준다.


주의 할 점은, 절대* 실내에서 샌딩을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틀에 걸쳐서 나무를 곱게 다듬고 청소를 하려고 보니 옷장 안에 있는 옷의 주머니 안까지 톱밥과 톱밥의 가족과 톱밥의 친구들이 앉아서 파티를 하고 있었다. 흠... 조립은 드라이버만 쓸 줄 안다면 아무나 할 수 있을 정도이니 많은 힘을 들이지 않고 완성했다. 그리고 맘에 드는 색깔을 입혀서 말리면. 쨔쟈쟌~




제법 튼튼한 벤치가 완성되었다. 한 동안 보다 보니 벤치가 좀 심심한 것 같아서 글을 새겨 넣으면 좋을 것 같다는 얘기를 했는데 어떤 말로 할지는 결정하지 못했다. 예전에 티셔츠에 UFO를 그렸다가 고되게 후회 한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좀 신중하게 고르기로 했다. 암튼 우리는 여기에 앉아서 먹고 마시고 논다. 식탁은 그렇게 즐거워야 맞는거다.






2012년 8월 15일 수요일

스튜디오 디자인


기매나씨가 의뢰한 Floor plan을 살펴 보았다. 벽이 없는 넓직한 공간에 창문의 방향은 남쪽, 창이 한 쪽으로만 나 있는게 흠이긴 하지만, 가격 대비 면적(830sqf).을 생각하면 괜찮은 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 집에 들어서자 마자 오른쪽으로 9'-8" x 14'-5" 크기의 Alcove가 있고 현재 이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은 이 공간에 침대를 놓았다. 나 역시도 이 곳에 침대를 놓을 생각인데, 이유는 이 집에 사는 사람은 침실보다는 거실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밤에도 밝은 빛이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와서 눈 가리개를 쓰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도 있다.  한 가지 단점은 침대가 집 입구에서 너무 가깝다는 것이지만 커텐으로 그 결점을 보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큰 옷장 두 개가 그 곳에 위치 해 있어서 식탁 보다는 침대를 놓는 것이 현재로서는 옳은 결정일 것 같다.




2012년 8월 14일 화요일

자전거, 차가운 도시인의 필수 아이템

몇 년 전에 발견 한 취미/운동/장난감 중에서 가장 먼저 손에 꼽을 수 있는 건 바로 자전거! 심한 언덕이 없다는 지형적 특성 때문에도 그렇고, 맨하탄에서는 모든게 서로 가까이 위치 해 있어서도 그렇고, 늘 붐비는 지하철을 타고 한 두 정거장 가는게 번거롭다면 자전거야 말로 현명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아스토리아에서 어느 여름, 문득 자전거를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학이라서 아스토리아 수영장, 공원, 친구집 등을 누비고 다니던 때였다. 걷기에는 조금 먼 듯한 거리를 계속 다니다 보니 갈 때는 그렇다 쳐도 올 때는 여간 귀찮아 지는게 아닌가. 호라시오가 최근 구매한 중고 자전거를 타고 와서는 자기는 자전거한테 이름까지 지어 주었다는 둥 엄청나게 자랑을 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그래서 그 전엔 자전거도 없이 대체 어떻게 살아왔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자전거가 필요해 졌었다.

자전거의 모양과 용도와 가격은 그야말로 천차 만별이다. 내가 살던 아파트 1층에 Tony's bicycle 이라는 자전거 가게가 있어서 자주 구경을 하기는 했지만 새 자전거는 워낙에 가격이 세서 엄두도 못냈던 터라 중고 자전거를 알아 보기 시작, 동네에서 중고 자전거를 파는 사람을 찾았다.(craigslist에 보면 많이 나온다)

나의 첫 자전거는 100불 주고 구입한 Schwinn. 물론 중고인데다가 그 중고상 아저씨가 분명 여기 저기 뜯어 고쳤기 때문에 사진처럼 으리으리 한 자전거가 절대로 아니었다. 게다가 당시엔 자전거 모델이라던지 만들어진 연도등은 관심도 없었다. 색깔은 파란색, 손잡이 앞쪽으로 앞 뒤 브레이크와 그 선들이 얽혀 있고, 뒤에 짐을 실을 수 있는 메탈 좌석이 장착되어 있으며 굉장히 무거운, 뭔가 아저씨 냄새를 풍기는 그런 자전거. 아무데나 놔둬도 아무도 훔쳐가지 않는, 어디에 부딛혀도 절대 부서지지 않는 그런 튼튼한 자전거였다.

맨하탄으로 이사를 한 후, 학교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 시작했다.  당시 살던 곳은 17th Street & 3rd Avenue였고 학교가 27th Street & 7th Avenue 였으니 빨리 걸어도 30분은 족히 걸리는 거리이다. 자전거를 타니 10분 정도 걸려 학교에 도착! 자전거와 마피아의 공통점은 한 번 발을 들여 놓으면 빠져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바람 쌩쌩 부는 2월에도 눈이 내리지 않는 이상은 자전거를 탔으니 그 중독성은 이미 증명 되었다.

맨하탄에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고, 나는 나의 아저씨 자전거가 챙피해 졌다. 그래서 다시 자전거 쇼핑모드에 돌입. 역시 중고 자전거를 찾았다. 이번엔 한국인 남학생이 파는 fixed gear 자전거였다. 브레이크가 없어서 보기에 깔끔하고 이 센스있는 분께서 손잡이며 패달까지 customize를 멋지게 해 놓은 상태라 사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http://www.myfixedgear.net/mercier-kilo-tt 에서 퍼온 사진. 자전거 블로그라 가볼 만 함
나의 두 번째 자전거는 Mercier Kilo tt. 산뜻한 색깔,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 너무나 가벼운 바디로 굉장히 즐겁게 타고 다녔다. 픽시는 자전거를 세우고 싶으면 일어나서 몸의 무게로 패달을 세워야 한다는게 좀 위험한 면이 있지만 빠른 속도로 달리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무사히 다닐 수 있었다. 200불 정도 주고 구입한 걸로 기억한다. Life is beautiful,


자전거가 이렇게 될 때 까지는. 이사 하기 얼마 전 자전거를 건물앞에 잠깐 묶어 놓았는데 그만 나쁜 놈들이 바퀴만 쏙 훔쳐 가고야 말았다.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맨하탄에는 바퀴만 전문으로 훔쳐가는 자전거 도둑들이 판을 치고 있다 했다. 게다가 이 비밀을 알려준 자전거 가게의 한 청년은 그 도둑의 이름까지도 알고 있었다. 아, 나의 날씬하고 예쁜 바퀴들. 잘 지내고 있는거니. 바퀴가 아주 슬림해서 슈윈 자전거와는 또 다른 타는 맛이 있다. 참, 나의 슈윈은 어떤 여자분께서 사 가셨다.

나의 현재 자전거는 Linus Roadster Classic. 싱글 기어라 패달을 거꾸로 굴리면 자전거가 서게 되어 있어서 픽시 보다 더 편하고, 보기에도 예쁘다. 크루저처럼 생겼지만 자세는 스포츠 바이크에 가깝다. 없어진 자전거 바퀴를 새로 사느니 새 자전거가 좋겠다며 친구들이 돈을 모아 생일 선물로 사 주었다. 정말 지금도 감사!!!

기름값 걱정, 주차 걱정, 음주 운전 걱정, 지하철 표 걱정, 차 막혀서 약속에 늦는 걱정, 안해도 된다. 자전거가 있다면.


뉴욕 자전거 지도 및 각 종 정보
 http://www.nycbikemaps.com/


2012년 8월 13일 월요일

이사는 병 주고 약 준다

일 년에 한 번 꼴로 집을 옮겨 다니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 나 같은 경우, 자연스럽게 이삿짐 싸는 방법이 진화했다. 짐을 싸는 과정 자체는 매우 번거롭지만 이 기회에 쓸 데 없이 쳐박아 놓았던 물건들을 정리 할 수도 있고 새로운 집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생활을 시작 할 수도 있다. 고는 하지만 누가 뭐래도 이사는 귀찮다.  이사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려면 이사의 과정을 최대한 편하고 즐겁게 만드는 것이 바로 관건!

이사 전문가 기매나씨는 이사를 간편하게 만드는 세 가지 요령을 알려준다.

1. 과감히 버리자.
지금까지 일 년에 한 번씩 이사를 해 왔으니 내년에도 하게 될 수 있구나를 깨닫는 순간에 나는   성공적인 이사에 성큼 다가 서게 된다. 이삿짐의 양과 나의 스트레스 지수는 비례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어떤 것이든 지난 번 이사 이후 꺼내지도 쳐다 보지도 생각 하지도 않았던 물건을 찾아내자. 이 과정은 숨은 그림 찾기보다 힘들다. 찾아냈지만 미련 때문에 결국 전부 다 짊어 지고 가기 쉽기 때문이다. 특히

책, 씨디, 비디오 등: 너무 좋아서 일년에 한 번씩은 꼭 다시 보는 명작이 아니라면 동네 도서관에 기부, 혹은 지인들에게 적극 빌려주자. 안 돌려 줄 확률이 높은 만큼 나의 짐은 줄어든다.

: 엄청나게 많은 옷을 소유하고 있지만 정작 입는 건 몇 벌 되지 않는다. 유행이 돌아 올 것을 대비 해 가지고 있어도 봤지만 돌아오는 유행은 그대로 돌아오지 않는다. 지난 한 해 한 번도 손대지 않았다면 나의 옷장에서 영원히 아웃.

학용품: 학교에서 쓰던 온 갖 잡동사니들, 팔자. 이베이에 올리면 은근히 팔린다.

2. 친구 귀찮게 하지 말고 이삿짐 센터를 부르자.
이사를 하는 것이 소꼽놀이 같이 느껴질 때가 있기 마련이다. 특히 철없던 1학년 때 많이들 그런다. 차를 빌려서 장정 친구 두 세명 불러다 이사하고 고기 저녁을 먹이면 우정도 쌓고 이사도 하고 일석이조가 아닌가 하고 생각 할 지도 모르겠지만, 천만의 말씀. 근처 U Haul이나 Home Depot에서 차 빌리고, 바쁜 친구들 꼬셔서 부려먹은 만큼의 저녁 비용 지출, 가구나 물건이 망가졌을 경우 도와준다고 온 친구한테 화낼 수가 없는 만큼 내가 받는 스트레스, 짐까지 싸고 옮기기 까지 하다 보면 골병 들고 그래서 다음 날 회사까지 못가는 등, 전문 이삿짐 센터를 부르지 않으면 나만 손해다. 모든 면에서 이삿짐 센터가 효율적이다. 이민 가방 두 개 정도 되는 귀여운 이사가 아니라면.

3. 천천히 싸고 천천히 풀자.
삼일 전에 이삿짐을 싸기 시작 한다면 루저가 되기 쉽상이다. 이삿짐을 싸는 동안에도 시간은 움직인다. 이것 저것 해야 되고, 파티에도 가야 되고, 사람도 만나야 되고, 할건 다 해야 되는데 그러다 보면 짐을 덜 싸놓은 상태에서 이삿짐 센터가 들어 닥치는 루저의 아침을 맞이 한다. 최소 2주 전에 시작하는게 좋겠다. 지금 입지 않는 겨울 옷이랑 창고에 있는 물건들 부터 조금씩. 하루에 한 시간씩만 하면 이사 하루 전에는 엄청나게 수월하다.

그래서 오늘은 겨울옷 부터 시작 해 볼까 하는데. 일단 옷을 싸는 방법은 모든 이삿짐 중에서 가장 쉽다. 커다란 쓰레기 봉투만 넉넉히 있으면 만반의 준비 끝.



두 옷장에 시커먼 겨울옷이 가득하다. 내년엔 좀 색이 들어간 옷을 사야겠다.
아무튼 까마득하게 보이지만 막상 시작하면 너무 너무 쉬운게 바로 겨울옷 포장하기.
안 입는 옷을 걸러냈더니 짐이 사분의 일은 줄은 것 같다. 아무리 걸러 내어도 버리는 옷은 늘 생기게 마련.  10년 전 쯤에 샀던, 왜 지금도 갖고 있는지 나도 모르겠는 스웨터들은 전부 버리거나, 입을 만한 옷인데 절대로 안 입고 싶다면 세컨 핸드 샵에 기부하고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아니면 가까운 동생들에게 줄 수도.





쓰레기 봉투가 좀 더 두꺼웠더라면 옷걸이까지 한꺼번에 넣어 버리는게 정석이지만, 지금 가지고 있는 봉투는 얇은 편이어서 옷만 쏙 빼서 봉투에 담는다. 아무것도 고민 할 것 없이 그냥 담으면 된다.


겉에 유성 마커로 내가 알아 볼 수 있을 정도의 노트를 한다. 노트가 필요한 이유는 이사를 한 후에 지금 당장 필요한 옷만 다시 정리 하기 위해서이다. 겨울이 오려면 좀 멀었으니 겨울옷이라고 표시 된 봉투들은 그대로 옷장 안에 모셔 놓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한 시간도 안걸려서 겨울옷을 전부 다 쌌다. 봉투들은 원래 옷이 있던 자리에 다시 놓아두면 된다. 나는 원래 박스에 차곡차곡 색깔별로 정리하는 인물이 아니라 봉투에 빨리 넣어 버리고 나가 노는게 좋다. 쓰레기 봉투는 참 여러모로 쓸 데가 많다. 












2012년 8월 12일 일요일

Downtown Jersey City

8월, Downtown Jersey City 

아직 용도를 찾지 못한 오래된 공장 건물들을 자주 볼 수 있다. 투자자들이 이들을 아파트로 고쳐 Loft라는 이름으로 일반인과 회사에게 임대하고 있다. 이사 갈 곳도 공장을 고쳐서 만든 건물로, 높은 천장과 자연스럽게 노출 된 빌딩 구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선호한다. 빈 건물 안에선 주말에 벼룩시장이 열리기도.


새로 지어지고 있는 freedom tower 을 볼 수 있는 강변과 디즈니월드처럼 가짜같은 느낌의 거리.


다운타운 주변으로 Brownstone 건물들이 자리잡은 블락. 공원을 둘러싸고 집값이 특별이 비싸다. 브루클린을 연상 시키는 길이 몇 군데 있다.

우리 동네 단 하나 뿐인 미술 도구 가게. 코딱지만 한 가게이지만 있을 건 다 갖추고 있다. 얼마전 커다란 캔버스를 이 곳에서 주문했는데 캔버스 질도, 프레임 상태도, 배달 시간도 괜찮았다. 주인은 져지시티 아트의 발전을 위해 굉장히 노력하는 아티스트.

미술 도구 가게 옆 건물 벽에 그려진 작품.

노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수다를 떠는 모습은 정말 여기가 시내가 아니라 동네라는 느낌을 준다.


우리집 근처 새로 생긴 아이스크림 가게. 흐흐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데 바나나 아이스크림이 나의 favorite! 그렇지만 아이스크림을 6불 넘게 주고 계속 사먹을 수 없다는 가혹한 판단을 내렸음.


해밀튼 공원 Hamilton Park 옆 빈티지 물건들과 가구 이외 잡동사니들을 파는 가게, Smith & Chang. 가격이 센 편이지만 구경삼아 들리면 좋다.

해밀튼 공원에는 밤낮없이 농구 잔치가 열린다. 무료로 사용 할 수 있는 테니스 코트도 있어서 벼르고 있는 중. 왜냐. 이사 갈 집이 공원에서 한 블락!




뉴욕 시내에선 절대로 볼 수 없는 이 땅들. 잡초가 자라나고 오래된 공장과 포장되지 않은 도로가 아직 있다. 이상하게도 나는 이런 곳에서 향수를 느낀다. 이 곳들이 변화하는 시간을 내가 공유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왠지 어릴 때 지나 갔었던 어느 동네 같은 느낌.




목재상, 내가 좋아하는 Home Depot, 빈티지 옷가게 등등이 주변에 보석처럼 숨어있다. 처음엔 지나 갔어도 보이지 않았던 작은 곳들을 두 세 번째에 발견할 때의 그 기쁨이란, 어릴 때 숨겨 놓았던 상자를 20년 지난 뒤에 우연히 찾은 기분이랄까.